6일 오전 대구시 중구 도원동 3번지. 대구의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최근 대구시의 집창촌 폐쇄 정책에도 여전히 밤만 되면 홍등을 밝힌다. 이날도 이른 시간부터 3~4명의 업주가 가게 앞에서 지나가는 차량과 행인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자갈마당은 1만4000여㎡ 규모에 37개 업소가 운영 중이다. 110여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생활한다. 10월 자갈마당 인근에 1245세대 대단위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대구시가 다음달부터 폐쇄 절차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인근 한 여관 건물에 내걸린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도원동 오렌지 무료급식소’라고 적힌 현수막이었다.
현수막에 적힌 안내를 따라 좁은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니 공터가 나왔다. 공터 한 쪽에는 운영 채비를 마친 천막 하나가 서 있었다. 7일부터 운영에 들어가는 노숙인 무료 급식소였다. 천막 안에는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이 보관돼 있었다. 조리도구와 수도시설도 갖춰진 모습이었다.
노숙인 무료 급식소는 대구시의 자갈마당 폐쇄 방침에 맞서 업주 측이 꺼낸 고육책이다. 무료 급식소 운영을 통해 자갈마당 폐쇄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도다.
전국 집창촌 운영자 모임인 한터전국연합회(이하 한터) 대구지부는 자갈마당 내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기로 하고 지난달 이 방침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운영 재원은 자갈마당 성매매 종사자들과 업주들이 내는 회비를 통해 조달된다. 매주 수요일마다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자갈마당 업주들은 노숙인 무료 급식소 운영으로 폐쇄를 막거나 적어도 늦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갈마당을 폐쇄하게 되면 노숙인 급식 시설도 함께 사라지게 돼 대구시가 항의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판단이다. 한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인 우리는 범법자 소리를 들으며 서럽게 살고 있다. 자갈마당은 우리의 생존터전”이라고 전했다.
앞서 한터 대구지부는 지난 3월 대구시청 주차장에서 자갈마당 폐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구시가 자갈마당 출입구 5곳에 폐쇄회로TV(CCTV)와 발광다이오드(LED) 경고시설을 설치하는 등 폐쇄 절차에 나선 데 대한 항의다.
대구시 관계자는 “자갈마당 업주들이 불법적으로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정부 방침에 따라 오는 10월까지 자갈마당을 폐쇄한다는 기존 정책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