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 방에 있을 엄두도 안 나." "밤에도 전부 나와 있어."
올여름을 강타한 '찜통더위'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회현동 쪽방촌 주민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그들에게 무더위를 피할 방법은 한 평 남짓한 방에 있는 선풍기와 부채가 전부였다.
10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한 가운데 쪽방촌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방이 너무 덥다며 삼삼오오 모여 집 앞에 돗자리를 깔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60대 여성 A씨는 "쪽방은 한증막 같다"면서 "선풍기를 틀어놔도 뜨거운 바람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 앞 그늘이 그나마 천국"이라면서 "너무 더워 다른 곳에는 갈 엄두를 못 낸다"고 연일 무더운 날씨에 혀를 내둘렀다.
직장암 말기의 김모씨(60)는 "선풍기를 틀어놔도 너무 더워 속옷만 입은 채로 지낸다"면서 "열대야가 지속돼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밖에 나와서 밤을 지새우는 편"이라면서 발을 절뚝이며 쪽방촌으로 향했다.
주민 강모씨(64)는 "덥지만 참고 지낼 수밖에 없다"면서 "참기 어려운 날에는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바람을 쐬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집보다 집 밖이 더 시원하다"면서 "지역상담센터에서 선풍기를 지원해 줘 그 덕에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쪽방촌 인근 지역센터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역센터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런 센터들이 많아져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공간에 창문도 없는 방이 대다수지만 이마저도 누군가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노숙인들이 바로 그들.
서울 노원구의 한 역사 앞에서 만난 노숙인 C씨는 "갈 곳은 그늘 밑 벤치뿐"이라면서 "너무 더워 움직일 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 내부로 잠깐이나마 들어가서 쉬고 싶지만 이마저도 역무원들의 제재가 강하다"면서 "갈 곳은 거리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노숙인 정모씨(72·여)는 "공공화장실에서 더위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무래도 그늘도 있고 물도 나오니 그곳이 요즘 내 주거지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화장실이나 역사 내부에 있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너무 더워 밖으로 나가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노숙인 김모씨(68)는 "쪽방이라도 선풍기가 나오는 방에서 자고 싶다"면서 "아스팔트 거리 열기로 어디 쉽게 눕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잘 못 잠들기라도 하면 등에 화상을 입을 만큼 더운 게 요즘"이라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는 평상이나 공원 그늘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