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아이와 공원에 가곤 합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지만 공원 공기는 다르기라도 한 것처럼 심호흡도 해 보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이와 함께 뛰놀기도 합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들, 연인들, 또래끼리 놀러온 아이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나 홀로 벤치에 앉아 술에 취한 채 멍한 눈을 하고 있는 남루한 행색의 사람은 더 눈에 띕니다. 그들을 보는 사람마다 눈살을 찌푸리고 공원에 어울리지 않는 이물질이라도 본 것처럼 속으로는 저들이 공원을 나가줬으면 싶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나가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요구가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경찰은 술에 취해 공원 벤치에 누워 있던 한 노숙인이 따지도 않은 술병까지 갖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공원 밖으로 나가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노숙인은 경찰과 말다툼을 하다 경찰을 밀쳤고, 결국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공무집행방해죄란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136조 제1항). 여기에서 공무집행은 정당하고도 적법한 공무집행이어야 합니다. 국민은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고, 이에 저항할 권리가 인정됩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적 법치국가라는 점에서 공무집행이라는 국가의 기능 역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호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위 사안에서 노숙인에게 공원 밖으로 나가라고 요구한 경찰을 밀친 행위를 공무집행방해로 볼 수 있을까요? 이 물음은 결국 술에 취한 노숙인을 공원 밖으로 나가라고 한 경찰의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는가와 직결됩니다.
위 사안에 대해 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비록 노숙인이 술에 취해 있었지만 개봉하지 않은 술병을 가진 채 공원 벤치에 누워 있었을 뿐입니다. 법원은 그것만으로 음주소란행위가 예상된다거나 이를 예방해야 할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특히 노숙인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원을 이용할 권리가 있으므로 공원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한 경찰의 행위를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경찰과 말다툼 끝에 그를 밀쳤다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공원에서 술에 취한 채 누워 있는 노숙인을 보고 불쾌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앉아 있는 자리 주변에는 가까이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술에 취해 누워 있었을 뿐 아무런 소란도 일으키지 않은 그들에게 나가라고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김미란 변호사·법무법인 산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