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노숙인들의 힘겨운 여름나기…아웃리치(거리상담) 나가보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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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형준 | 작성일 | 16-08-08 13:43 | ||
‘폭염’에 노숙인들의 힘겨운 여름나기…아웃리치(거리상담) 나가보니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2016-08-07 ▲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치솟으며 연일 계속된 지난 2일 오후, 성남시 중원구 성남종합운동장으로 노숙인 ‘아웃리치(out-reach, 거리상담)’에 나선 탈(脫)노숙인 상담원이 더위에 지친 노숙인들에게 얼음물과 넥쿨러 등 긴급구호물품을 건네며 일일이 안부를 묻으며 건강 잘 챙기라고 당부하고 있다. “여름휴가 다녀왔어요?” 요새 가장 많이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누구가는 이미 다녀왔고 누구가는 곧 떠날 예정이다.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 극성수기다. 허나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먼 여행을 떠날 것처럼 큰 배낭이나 가방을 메거나 들고 있지만 정작 떠날 곳이 없는 노숙인들이 그들이다.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치솟으며 연일 계속된 폭염에 두손 들게 만든 지난 2일 오후, 성남시 중원구 성남종합운동장 인근 정자와 그늘 아래 벤치에는 더위를 피해 낮잠을 청하고 있는 노숙인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땀을 식히거나 삼삼오오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등 노숙인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머무는 곳이 집이고 앉는 곳이 잠자리인 그들의 여름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쇼핑을 하거나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과 대조적이었다. 이에 성남시는 폭염에 취약한 노숙인들의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혹서기 노숙인 합동상담를 실시 중이다. 성남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 표창식 사무국장과 노숙인이 노숙인을 돌보는 ‘노노 케어’ 사업의 핵심 일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탈(脫)노숙인 2명, 중원구청 사회복지과 신진호 주무관과 함께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노숙인 ‘아웃리치(out-reach, 거리상담)’에 나섰다. 이들은 노숙 현장을 직접 찾아가 상담하는 아웃리치를 통해 노숙인들에게 의료와 임시 거주, 자활 서비스 등을 안내하는데 달인들이었다. 특히 탈노숙인 A씨와 B씨는 더위에 지친 노숙인들에게 얼음물과 넥쿨러, 물파스, 손소속제, 물티슈가 담긴 긴급구호물품을 일일이 건네주며 안부를 물었다. 3년째 아웃리치 상담원으로 활동하며 성남시 일대 노숙인의 큰형 역할을 하고 있는 탈숙인 A씨는 “정해진 주거 없이 공원, 길거리, 역 등을 거처로 삼아 잠을 자며 생활하는 노숙인들에게 겨울만큼이나 버티기 힘든 게 여름더위”라며 “나도 거리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나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알기에 시설에 입소해 자활과 사회 복귀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을 건네자 반갑게 받아든 노숙인 C씨는 “요즘 같은 더위에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샤워 한 번 마음 편하게 했으면 소원이 없겠어. 솔직히 노숙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이상 무너질 삶이 없는데도 여름밤 모기, 한끼 식사가 공원 벤치에서 불편한 쪽잠을 자다 깬 D씨는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라지만 이는 배부른 사람들이 하는 소리고 노숙인들은 여름 폭염을 견디는 일이 생존이고 그 생존이 갈수록 힘겹기만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성남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 표창식 사무국장은 “센터에서 제공하는 보금자리보다 거리를 선택하신 분들이 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센터로 오면 무더위 쉼터도 있고 샤워실도 개방하고 있으니 꼭 한 번 방문하라고 안내한다”며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키치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시 중원구에 소재한 노숙인 자활시설 ‘안나의집’ 김하종(빈체시오) 대표는 “요즘 같은 혹서기에는 1일 평균 550여명이 급식소를 찾아오는데 무더위에 지친 노숙인을 위해 삼계탕, 소불고기 등의 보신메뉴를 대접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20~30대 젊은 노숙자들도 급식소를 찾아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 밥 한끼 나눔과 함께 상담 등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노숙인 아웃리치는 2시간만에 마무리됐고, 긴급구호물품을 담았던 무거웠던 배낭은 다시금 가벼워져 있었다. 한편, 성남시는 112명(거리 노숙인 70명, 시설 입소 노숙인 42명)의 노숙인을 위해 성남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노숙인 자활시설 ‘안나의 집’과 ‘성남내일을여는집’을 운영 중이다. 오는 11일에도 3개반 18명(시ㆍ구청 공무원 및 노숙인시설 종사자)을 편성해 ‘혹서기 노숙인 합동상담’ 실시해 신흥지하상가, 모란역, 야탑역 등 취약지역을 집중 순찰 및 상담할 예정이다. 성남=강현숙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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