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회 성남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장이 말하는 '자활']"손잡는 법 모르기에… 주변의 손길 필요"
작성자 김형준
"혼자였던 시간이 누적돼서 손 잡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분들이 노숙자입니다."

김의회(50) 성남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장을 만난 지난 14일, 사업에 실패한 한 남성이 그를 찾아왔다. 그는 거리를 헤매다 구청장실 앞에서 자살을 시도했으나 오랜 설득 끝에 마음을 다잡고 센터를 찾아온 것이다.

그 남성은 김 센터장에게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에겐 외국에서 대학을 나온 엘리트 아들이 둘이나 있었고 손주도 있었다. 하지만 사업 실패로 몸과 마음이 무너진 상태로 거리로 나온 그는 노숙인센터의 도움으로 겨울을 보낼 고시원 방 한칸을 얻었다.

남성을 대하는 김 센터장은 차분하면서도 따뜻했다. 

김 센터장은 "누구나 어려운 일을 겪으면 주변 사람에 기대어 어려움을 극복하지만 노숙인들은 대부분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한 분들이란 공통점이 있다"며 "혼자서 세상의 거친 파도를 맞닥뜨린 사람은 자존감을 잃고 쉽게 자신을 포기하기 때문에 가정과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자립·자활하도록 돕는 일을 지난 2010년부터 8년째 하고 있다.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인천 동구 만석동에서 3년, 성남 내일을 여는 집에서 4년 8개월을 보내고 이곳 센터장으로 온 지 2개월째다. 자포자기한 사람들을 자활하도록 이끄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그가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도움으로 자립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 

그는 "2년 전 만났던 부산 출신의 30대 후반 남자분은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을 포기하고 공장을 다녔지만 뭘 해도 잘 안되자 좌절했고 결국 길바닥에 나앉았다"면서 "그랬던 사람이 시설에 들어와 마음을 잡더니 3년을 주경야독해 공주교도소 교도관이 됐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다"고 대답했다.

김 센터장은 노숙인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쉼터에 입소했던 한 사람은 냄비에 밥과 반찬을 모두 섞어 구석으로 가 혼자 먹었다. 가정폭력을 겪으며 함께 밥을 먹는 것을 꺼렸던 것이다. 쉼터 입소기간은 보통 2~3년인데 그 사이 이 사람을 여러 명이 함께 앉는 식탁으로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밥은 구석에서 먹어도 통닭을 주문해 먹을 땐 식탁으로 나왔다. 억지로 바꾸기 보다는 기다리고 서로 타협점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찬서리 맞는 노숙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가는데 가장 큰 장애요소는 '돈과 술, 빵'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노숙인이 안쓰러워 그들에게 필요한 이것들을 쥐어 주면 계속 그것에 만족해 밑바닥 삶에 젖어들게 된다"며 "그들이 필요한 것을 찾아 급식센터든, 노숙인 센터든 가야만 자립·자활시스템을 만나 안내받을 수 있다. 어렵게 찾아온 노숙인들을 바라볼 때 차가운 시선이 아닌 힘겹게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여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남/김규식·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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